과일 세척 후 바로 냉장보관하면 더 빨리 상하는 이유

딸기를 사서 깨끗이 씻어 냉장고에 넣었는데 이틀만에 곰팡이가 피었어요. 분명 씻어서 보관하면 더 깨끗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빨리 상해버렸어요. 알고 보니 과일 표면에는 천연 보호막이 있다고 해요.


스테인리스 체에 딸기와 블랙베리를 담아 물로 헹구는 장면


과일 표면의 보이지 않는 보호막


대부분의 과일은 표면에 천연 왁스층이 있어요. 우리가 사과를 살짝 문지르면 반짝반짝 빛나는 것도 이 때문이에요. 이 얇은 막은 과일이 스스로 만들어낸 보호막이에요.


이 보호막은 밖에서 들어오는 수분이나 미생물을 막아주는 역할을 해요. 마치 우리가 비옷을 입으면 비를 맞아도 몸이 젖지 않는 것처럼, 과일도 이 막 덕분에 외부 습기로부터 보호받고 있어요.


물로 씻으면 이 보호막이 벗겨져요. 세제를 쓰면 더 많이 없어지고요. 그러면 과일 표면이 그대로 노출되면서 수분이 쉽게 달라붙고 미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요.


수도꼭지 아래에서 토마토를 흐르는 물에 씻는 손의 모습


습기가 있으면 곰팡이가 좋아해요


곰팡이는 습하고 따뜻한 곳을 정말 좋아해요. 특히 20도에서 40도 사이, 습기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잘 자라요. 냉장고 안이라고 해서 곰팡이가 못 자라는 건 아니에요. 속도가 느려질 뿐이죠.


세척한 과일 표면에 남은 물기는 곰팡이에게는 최고의 집이에요. 보호막이 없어진 과일 표면에 곰팡이 포자가 달라붙으면, 24시간에서 48시간 안에 발아해서 균사를 만들어요.


특히 비닐봉지나 밀폐용기에 넣어두면 더 빨리 상해요. 공기가 통하지 않는 곳에 습기까지 있으면 곰팡이가 번식하기 딱 좋거든요. 딸기나 포도처럼 무른 과일은 더 빨리 곰팡이가 생겨요.


체에 담긴 라즈베리와 블루베리의 물기가 빠지는 모습


과일별로 다른 보관 방법


사과나 배처럼 단단한 과일은 그나마 오래 가요. 표면이 두껍고 수분이 적어서 곰팡이가 침투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딸기, 블루베리, 포도 같은 과일은 표면이 얇아서 더 조심해야 해요.


토마토도 씻어서 보관하면 금방 물러져요. 특히 꼭지 부분부터 곰팡이가 생기기 시작해요. 바나나는 씻으면 검은 반점이 더 빨리 생기고요.


오렌지나 귤 같은 감귤류는 껍질이 두꺼워서 괜찮을 것 같지만, 씻으면 껍질의 기름 성분이 없어져서 더 빨리 마르고 주름이 생겨요.


싱크대에서 사과, 망고, 배 등 여러 과일을 물로 씻는 장면


그럼 어떻게 보관하는 게 좋을까요?


과일은 먹기 직전에 씻는 게 가장 좋아요. 미리 씻어야 한다면 완전히 말려야 해요. 키친타월로 물기를 닦고, 선풍기나 자연바람에 충분히 말려주세요.


건조기를 쓸 수도 있어요. 50도에서 60도 정도로 맞춰놓고 6시간에서 12시간 정도 돌리면 돼요. 과일을 얇게 썰어서 겹치지 않게 놓는 게 중요해요.


동결 건조라는 방법도 있어요. 과일을 얼린 다음 진공 상태에서 수분을 없애는 방법이에요. 영양소도 잘 보존되고 맛도 그대로예요. 다만 집에서는 하기 어렵고 전문 기계가 필요해요.


투명 밀폐용기에 딸기, 키위, 블루베리 등 다양한 과일이 담긴 모습


보관 용기도 중요해요


완전히 말린 과일은 밀폐용기에 담아 보관하면 돼요. 습도가 30퍼센트 이하인 서늘하고 어두운 곳이 좋아요. 실리카겔 같은 건조제를 넣어두면 더 오래 보관할 수 있어요.


반건조 상태라면 냉동실에 보관하는 게 나아요. 냉장실은 습도가 있어서 곰팡이가 생길 수 있거든요. 냉동실에 넣으면 수분이 얼어서 곰팡이가 자랄 수 없어요.


신선한 과일을 보관할 때는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두세요. 종이봉투나 구멍 뚫린 비닐봉지를 쓰면 좋아요. 밀폐용기는 피하는 게 좋고요.


저는 이제 과일을 사면 그대로 보관했다가 먹기 직전에 씻어요. 미리 씻어둬야 할 때는 꼭 완전히 말려서 보관하고요. 이렇게 하니까 과일이 훨씬 오래 가더라고요.


욕실 슬리퍼만 바꿨는데 바닥 곰팡이가 사라졌어요